🌿중년의 꿈, 나는 자연인이다
어느덧 인생의 반을 지나왔다. 청춘의 열정과 욕심으로 달려왔고, 가족을 위해 쉼 없이 일해왔다.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어졌다. 이마엔 깊어진 주름이 자리 잡았고, 눈가에는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어느 날, 문득 TV에서 흘러나오는 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깊은 산속, 푸른 하늘과 울창한 숲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인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는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힘든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는 그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울렸다.
🌿자연으로 떠나는 꿈
어릴 때는 자연이 당연했다. 흙을 밟고, 바람을 맞으며, 개울가에서 물놀이하던 기억이 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친구들과 뛰어놀고, 산딸기를 따 먹으며 해 질 무렵까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자연은 점점 멀어졌고, 대신 콘크리트 건물과 인공적인 소음이 내 주변을 채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더욱 간절해졌다. 아침에 새소리로 눈을 뜨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필요한 만큼만 먹고, 손수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삶. 어쩌면 그런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도시에서의 삶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복잡하다. 온종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들이 문득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연인이다’ 속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현실과 이상의 사이
하지만 현실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단순히 자연을 동경한다고 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산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동시에 거친 환경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완전히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 수 없다면, 조금씩 자연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을 찾아 등산을 가고,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연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 혹은 캠핑을 다니면서 불편함 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 그렇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또한, 자연인들의 삶이 마냥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고,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아플 때도, 외로울 때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화면을 통해 그들의 평온한 일상만을 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고난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신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와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본질이 아닐까?
🌿나만의 작은 자연 찾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닮아가는 삶일지도 모른다. 꼭 산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내 삶 속에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가끔은 핸드폰을 끄고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어쩌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꿈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자연과 가까워지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내 방식대로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나는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고, 내가 직접 키운 채소로 소박한 식사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해가 지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그렇게 자연처럼, 자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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